“한 치 앞을 모르는 게 인생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당장 오늘 무슨 일이 생길지, 내일은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고 늘 안개가 잔뜩 낀 길을 걷는 것처럼 불확실성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 삶이라는 뜻이겠지요.
생각해 보면 우리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삶의 조건은 우리가 결정하지 못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태어난 시기, 나라, 지역, 성별, 가족 등 삶에 결정적 영향을 주는 요인 대부분이 우리의 의지나 선택과 무관하게 주어진 것들이죠. 물론 나이를 먹고 삶의 경로를 걸어가며 어떤 진로를 선택할지, 어떤 배우자를 만날지, 어떤 지역에서 살지와 같이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것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갑작스레 찾아오는 질병, 가족과 관련된 문제, 경기침체나 회사의 경영상 어려움으로 닥쳐오는 실직처럼 여전히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일들을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불확실성은 삶이 계속되는 평생 우리와 함께합니다. 그렇기에 좋든 우리의 예측이나 통제를 벗어나는 삶의 다양한 사건들 앞에서 우리는 기대에 부풀기도, 반대로 불안이나 걱정에 휩싸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불확실성을 유난히 견디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통제 욕구가 높은 사람들입니다. 자신이 스스로 결정하거나 통제하고 예측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모호한 상황이나 예상치 못한 변수를 싫어합니다. 이들은 가능하면 모든 것을 본인이 내다보고 통제하고 싶어 합니다.
이런 높은 통제 욕구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할 때는 더 열심히 일하거나 앞일에 대비해 늘 준비하려는 자세, 성실한 태도로 나타납니다. 미래에 대한 걱정이나 염려, 불안이 유비무환의 자세, 최악의 결과를 피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지는 것이죠.
하지만 지나친 통제 욕구가 독이 될 때도 있습니다. 자신이나 타인에게 지나치게 엄격해지고 사소한 것까지 모두 통제하고 간섭하려고 하거나, 최악의 결과를 떠올리며 실패가 두려워 도전을 피하고 안전한 자리에 머물게 하기 때문입니다. 완벽하게 통제하고 성공하지 못할 바에는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마음 깊이 자리하는 것입니다.
A씨는 최근 회사에서 팀장 승진 대상자로 뽑혔습니다. 승진하면 직급과 연봉이 올라가니 동료들은 모두 부러워하는 눈치입니다. 하지만 정작 A씨는 승진하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팀장이 되면 팀원들도 이끌어야 하고 상사들과 팀원들 사이의 중간다리 역할을 해야 하는데, 양쪽의 요구를 모두 잘 맞출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또, 최근 업계 시황이 좋지 않은데 팀장이 되면 영업 실적도 책임져야 합니다. 내가 아무리 노력하고 열심히 한다고 해도 팀원들이 내 맘처럼 움직여줄지, 또 불확실한 시장 상황에서 좋은 실적을 낼 수 있을지 아직 승진 전이지만 불안합니다. 최악의 상황으로 혹시 팀장 자리에서도 강등되고 회사에서 평판이 나빠지면 어쩌나 하는 상상이 머릿속에 자꾸 떠오릅니다.
B씨는 솔로로 지난 지 7년째입니다. 좋은 사람을 만나서 알콩달콩 연애도 하고 싶고, 결혼해서 아름다운 가정을 꾸리는 상상도 해보지만,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는 것과는 달리 막상 누군가를 만나려고 하면 망설여지고 두려운 마음이 듭니다. 앞으로 만나게 될 연인이나 배우자가 믿을만한 사람인지,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금까지 내가 열심히 꾸려온 삶이 그 사람으로 인해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거나 더 안 좋아지지는 않을지 하는 불안감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내 행동은 스스로 예측하고 통제할 수 있지만 상대방의 행동은 예측하거나 조절할 수 없으리라는 생각에 누군가를 만나기가 망설여집니다. 그러다 보니 호감가는 사람이 있어도 만나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계속 찾 ! 자신을 발견하곤 합니다.
A씨와 B씨는 공통적으로 통제 욕구와 불안이 높은 편입니다. 모든 상황을 자신이 통제해야 한다는 비현실적인 기대가 더 나은 가능성을 향해 나아가는 데 걸림돌이 되는 상황입니다. A씨와 B씨 모두 지금은 연애나 승진을 망설이고 있지만, 만약 연애를 시작하거나 승진을 하고 난 후에는 어떤 모습을 보일까요?
연인으로서 관계에서 최선을 다하고, 팀장으로서 주어진 일을 잘 감당하는 성실성을 보여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연인이나 팀원들을 지나치게 통제하려고 하거나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가려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렇게 통제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불안과 완벽주의를 높이고 심할 경우 강박이나 집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높은 통제욕구와 완벽주의적 성향, 불안을 잘 조절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몇 가지 도움이 되는 방법들을 알려드리겠습니다.
1. 통제에 대한 지나친 기대를 내려놓기
모든 상황이나 사람들을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는 상황이나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을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보세요. 계획과 다르게 일이 진행되었을 때, 그 일이 가져온 긍정적 영향이나 새로운 가능성은 무엇인지 발견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2. 실수에 조금 더 관대해지기
아무리 완벽하게 준비하더라도 실수를 하는 것이 사람입니다. 예상치 못한 변수 앞에서 자신이나 남을 탓하기보다 ‘그럴 수 있다’라는 마음을 갖고 조금 더 여유로운 태도를 가져 보세요. 긴장과 불안이 줄어들면서 오히려 자신을 더 긍정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고, 주변 사람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거예요.
3. 최악의 상황은 일어나지 않음을 기억하기
지금까지 여러분이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최악의 결과가 실제로 일어난 적이 있었나요? 아마 없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더라도 삶을 완전히 망가뜨리거나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불러오지는 않습니다. 지금의 불안이 비현실적임을 인지하고, 차분하고 객관적인 관점에서 상황을 바라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통제할 수 없는 내일은 우리에게 불안을 주기도 하지만, 반대로 기대감을 주기도 합니다. 만약 남은 삶 동안 어떤 일이 펼쳐질지 알 수 있다면, 우리는 행복할까요?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미리 계획된 프로그램에 따라 살아가는 것 같은 매일이 지루하고 생기 없다고 느껴지지 않을까요? 내일이 우리에게 어떤 선물을 가져다줄지 인생의 길흉화복을 모두 예측할 수는 없지만, 현재에 집중하며 다가오는 미래를 기대감으로 맞이하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