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F라서 별로야" MBTI 과몰입 현상
MBTI가 유행한지 약 2년이 지난 지금도 면접, 워크샵 등 조직 내에서도 활용될 정도로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최근 TV프로그램에서는 한 여성이 등장해 MBTI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며 F 성향인 남자를 만나고 싶다고 하여 MBTI 과몰입 현상이 다시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MBTI는 칼 융의 초기 분석심리학 모델을 기초로 한 자기보고식 성격 유형 검사의 일종으로 4개의 지표를 활용하여 16가지의 유형으로 분류해 진단을 내립니다. MBTI 검사를 통해 나는 어떤 성향의 사람이고, 남들은 어떠한 지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은 긍정적이라 볼 수 있지만, 일부 사람들처럼 과몰입하여 너는 ENFP형이니 이런 성격을 가지는 것이 당연해. 라는 생각들은 잘못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MBTI 검사를 통해 나온 성격 유형과 완벽히 일치하는 것은 어려우며, 자기보고식으로 진행되는 검사인 만큼 다양한 상황적 요인에 의해 변동될 가능성도 높아 타당도가 떨어지는 편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MBTI가 거의 신드롬이라고 불릴 정도로 유행한 이유로는 ‘범주적 사고’의 영향이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인간의 뇌는 수많은 데이터를 단순화하고 구조화하기 위해 주어진 정보들을 유형화하려 노력하기 때문에 이러한 관념과 일치하는 MBTI 검사는 많은 인기를 끌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코로나 19가 발병하게 되면서 인간관계에 결핍을 느끼고,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확인해왔던 자신의 정체성을 심리 검사를 통해 확인하고자 하는 경향이 커지게 된 것 또한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즉, 사회적 교류가 단절된 고립의 시대 속에서 본능적으로 동질성이 강한 집단에 소속되기 위해 서로의 MBTI를 궁금해하고, 내가 특정 범주로 규정되는 정상적인 인격을 가지고 있음에 안도하게 되는 것의 일종이라 볼 수도 있습니다.
성격은 일종의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방법이라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매번 조금씩 다른 상황을 맞이하게 되며, 선택을 하고 생각을 정리하고 행동을 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표정을 짓고 특징적 말투를 활용해 대답을 하고 나아가 행동을 보입니다.
하지만 긴 세월을 살아오면서 이 과정이 하나의 습관처럼 몸에 남아 있어 이를 기반으로 즉각적인 선택을 하고 행동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비교적 일관성 있게 나타나고 예측 가능하게 굳어진 행태를 성격이라고 하며, 청소년기 후반이나 성인기 초기에 형성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성격은 일종의 방어 기제 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주변의 누군가가 나를 비난하는 상황이라면 이것이 나의 잘못이 아닌 누군가 또는 환경의 잘못이라고 투사(projection) 할 수 있고, 사냥을 할 때 막다른 곳에 몰린 사냥감이 눈을 감아버리는 것처럼 회피(avoidance)할 수도 있죠. 그렇기에 이러한 방식들이 무조건 잘못되었다고 여기기보다는 내적 충동이나 환경적 압박으로부터 자신의 마음을 보호하기 위한 하나로 보는 것이 맞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성숙하다고 하는 사람일수록 억제, 승화, 유머와 같은 성숙한 방어기제를 많이 사용하는 모습을 보이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MBTI에 너무 과몰입하여, 16개의 성격 유형 중 하나로 그 사람을 단정짓거나, ‘너는 F라서 별로야.’, ‘E라서 사람들이랑 만나는 것을 엄청 좋아하겠지.’ 라는 식의 편견을 가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성격 유형 검사를 하게 된다면 이를 통해 서로를 이해를 바탕으로 친밀함을 형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서대문봄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이호선 원장
[참고문헌] 이영주. (2022). 빅데이터를 활용한 MBTI 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인식. 학습자중심교과교육연구, 22(17), 797-809.
[출처 : 정신의학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