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최지윤 정신건강간호사]
“왜 주치의 선생님은 저에게 어떻게 하라는 얘기를 안 해주시는 거죠?”
주치의와 면담을 마치고 난 뒤, 병동에 입원한 환자들이 이렇게 이야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대상자들은 의료진이나 상담자를 만나면 자신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그래서 자신의 고민에 대해 어떠한 해결책을 듣지 못하면 실망감을 느낀다. 하지만 의료진이나 상담자가 미숙할수록, 이것저것 조언하는 경우가 많다. 의료진과 상담자의 역할은 대상자가 스스로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다. 그래서 직접적인 조언보다는 적절한 질문을 던지며 자신만의 답을 찾도록 기다려주었던 것이다.
이번 화에서는 치료적(조력 관계) 의사소통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조력 관계란, 어느 한 사람이 상대의 내적인 잠재능력을 보다 더 잘 감지하여 이를 표현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관계이다. 구체적으로는 현재의 자신을 수용하게 하고, 현실적인 목표를 성취하거나 욕구를 만족할 수 있도록, 친밀한 대인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말한다.
치료적 의사소통 내용 중 주변 친구나 가족들에게 적용해 볼 수 있는 의사소통 기술을 선별해보았다. 절망에 빠져있는 친구나 가족과 대화 시에 <해야 할 일>, <주의해야 할 일> 각각 다섯 가지를 소개한다.
<절망에 빠져있는 친구와 대화하는 법> |
<해야 할 일>
1. 경청
경청이란 상대방에 관심을 집중하여 열심히 듣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과정이다. 이야기를 들으면서는 상대방의 행동을 잘 관찰하며, 말의 내용과 비언어적 표현이 일치하는지 감지한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이야기 하지만 손을 꽉 움켜쥔다거나, 긴장된 자세를 보이는 경우 불안하다는 증거이다.
2. 침묵
침묵은 상대방이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다. 상대방의 침묵에 당황하여 재빨리 질문이나 수다로 넘어가려 하기보다는 침묵을 기다려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침묵을 지킬 때에는 무시받는다거나 모욕받는 느낌을 받지 않도록 상대방에게 시선을 계속 유지하면서 관심을 표현할 수 있다.
3. 명료화하기
상대방이 모호한 언어를 사용하면, 명확하게 설명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친구가 “다 망했어.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라고 이야기할 때, “언제 그런 생각이 든 거야? 예를 들어서 설명해 줄 수 있어?” 하고 구체적으로 물어보는 것이다.
4. 반영하기
상대방의 느낌이나 생각, 관찰한 바를 자신의 견해를 섞지 않고 다시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친구가 누군가의 말에 상처를 받았다고 했을 때, “그 사람이 잘못했네.”라고 판단하여 말하기보다는 “그 사람의 말 때문에 속이 상했다는 거구나.” 하고 이야기할 수 있다. 이러한 반영은 상대방이 자신의 생각과 감정들을 더 잘 이해하도록 돕는다.
5. 자신을 제공하기
기대되는 응답이 없더라도 조건 없이 자기 자신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친구가 무기력한 모습으로 아무 말도 하고 싶어 하지 않을 때는 “잠시 동안 같이 앉아 있다가 갈게.”라고 하며 그 곁에 잠시 머물러 줄 수 있다.
사진_픽셀 |
<주의해야 할 일>
1. 무조건 칭찬하지 않기
일상적으로 친구나 가족 관계에서 칭찬과 격려를 하는 일은 잘못된 행동이 아니다. 하지만 정서가 불안정하고, 자존감이 낮은 때에는 칭찬이나 비난을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또한 칭찬을 하는 사람과 자신이 대등한 관계가 아닌 것처럼 느낄 수도 있다. 노력이나 변화가 관찰되었다면 이를 그대로 표현해주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
2. 비난하지 않기
“너희 부모님 힘드신데, 네가 그렇게 하면 되겠어? 정신 차려야지.”, “그건 잘못된 행동이야. 그러니까 사람들이 싫어하지.” 이러한 비난은 상대방에게 불안, 죄책감을 느끼게 하여 더 이상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을 방해하고, 관계를 끝나게 할 수 있다.
3. 충고하지 않기
인간관계에서 충고는 평범할 수 있다. 그러나 잦은 충고는 의존성을 키우고 결정 능력을 방해할 수 있다. 또한 충고를 받고자 하는 사람은 대개 마음의 답을 정해놓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너는 그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했어?”라고 묻는 것이 낫다.
4. 일시적 안심시키지 않기
“내일은 더 나아질 거야.”, “다 잘 될 거야.” 이러한 말들은 어떻게 들리는가? 대화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표면적인 반응은 상대방의 고민이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친구가 불안해하거나 우울해할 때는 “괜찮아질 거야”라는 말보다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아서 걱정이니?”라는 질문을 던져주어야 한다.
5. 감정표현을 경시하기
“내가 너라면 그것에 대해서 걱정하지 않을 거야.”, “뭐 그런 것을 가지고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해?”라고 이야기한다면 상대방은 자신의 감정 표현이 경시당하는 느낌을 받고 더 이상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친구나 가족을 항상 이러한 태도로 대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그것이 항상 필요한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친구나 가족은 일반적으로 조력 관계가 아닌 사회적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까운 이를 지지하고 싶은데 방법을 잘 모르겠다면, 이러한 의사소통 기술이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화에서는 절망에 빠져있는 친구의 ‘문제에 대한 관점’을 변화시킬 수 있는 대화법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 참고
1. 도복늠 외. 인간관계와 커뮤니케이션 넷째판, 서울: 정담미디어; 2010.
2. 양수 외. 정신건강간호학 제5판. 서울: 현문사; 2016.
최지윤 정신건강간호사 info.psynews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