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 작가 대니얼 코일 인터뷰
“현대인은 여전히 공포에 민감… 안전해야 집단지성 발휘"
“사랑한다”는 사실 덜 중요... “사랑한다”는 말 반복해야
‘탤런트 코드'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 등으로 유명한 미국 작가 대니얼 코일(Daniel Coyle). 그는 ‘나는 안전한가'와 ‘우리는 연결되어 있는가'가 성공하는 집단의 기본이라고 말한다. 우리의 뇌가 여전히 원시 시대의 공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대니얼 코일 제공
최근에 나는 3명의 리더를 주의 깊게 보았다. 국립생태원의 초대원장을 지냈던 최재천 교수와 청춘 영화 ‘변산'으로 점점 더 젊은 세대와 소통한다고 인정받은 이준익 감독 그리고 ‘책은 도끼다'라는 저서로 유명한 광고인 박웅현이다. 분야는 달라도 이들은 공통점이 있다. 일단은 나이, 성별, 계급으로 상대의 의견을 ‘뭉개는' 꼰대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바로 그런 정신으로 수평적인 집단 문화를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숲에서 경영을 가꾸다'라는 책을 낸 최재천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두뇌 하나가 절대 두뇌 10개를 당할 수 없어요. 그렇기에 리더들도 여왕개미처럼 조직의 철학과 질서만 세우고 일은 완벽하게 군중에게 위임해야 해요. 군림(君臨)이 아니라 군림(群臨)해야죠.” 그는 조직이 함께 잘 살려면 상대를 적당히 두려워하고 약간은 비겁해지는, 일명 ‘상호허겁’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리스마 넘치는 영화 감독 이준익도 창작은 내가 아닌 남의 말을 잘 들어서 하는 것이라고 했다. ‘후배 말 들어서 손해 보는 것 없다'가 그의 지론이다. 광고회사 TBWA의 크리에이티브 대표 박웅현은 전 직원들이 함께하는 미팅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누구든 말을 하도록 지지하고 격려하는 게 그의 주된 역할. ‘침묵은 무임승차라는 각오로 말을 섞으면 처음엔 누군가의 평범했던 생각이 비범한 결과로 탈바꿈한다'는 것.
최근 출간된 대니얼 코일의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는 바로 이 지점을 좀 더 과학적으로 다루고 있다. 대니얼 코일은 3년간 프로스포츠팀, 특수부대, 영화사, 코미디 극단, 보석 도둑단 등 전 세계적으로 성공한 집단을 찾아다녔다. 성공한 집단은 일정한 행동 양식이 있었다. 리더가 미세한 신호로 ‘우리는 이어져 있다’는 안정적인 결속을 만들어냈고, 그에 따라 구성원은 서로의 약점조차도 두려움 없이 토로했다.
그들에겐 사소한 제스처와 습관이 있었다. 가령 자주 시선을 마주치고 다른 사람의 말을 끊지 않고 습관처럼 감사를 표현하는 사소하지만 친밀한 행동같은 것들.
저널리스트 출신의 작가 대니얼 코일은 이를 바탕으로 어떤 집단이 훌륭한 성과를 냈다면 이유는 그 팀이 똑똑해서가 아니라 안전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일례로 경영대 대학원생과 유치원생들이 마시멜로 탑 쌓기를 하면 유치원생이 이긴다. 대학원생이 눈치 보기를 하며 비생산적인 경쟁을 하는 동안 유치원생들은 어깨를 맞대고 단순하게 협동하기 때문이다.
통찰력 깊은 작가 대니얼 코일을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전작인 ‘탤런트코드’가 열악한 환경에서도 꽃피운 개인의 재능에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작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는 집단의 재능의 비밀로 ‘안전 신호'라는 놀라운 키를 발굴했다. ‘오리지널스'의 작가 애덤 그랜트는 ‘이 책만 있으면 조직 문화를 다룬 다른 책들은 모두 물에 던져버려도 좋다'고 평했다.
우리가 그토록 안전신호에 매달리는 이유는 우리는 현대에 사는 고대인이기 때문이다.
-안전 신호가 왜 그렇게 중요한가?
“우리는 현대인인 동시에 고대인이다. 현대에 살지만 고대의 두뇌를 가졌달까. 우리 조상들은 두려움을 가볍게 여기면 생존하지 못했다. 아무리 진화를 거쳤다고 해도 수천 년 동안 우리의 생존은 사회관계의 결속력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잠재적인 위험, 특히 사회적 위험 신호를 감지하는 능력이 없다면 퇴출당하는 건 순식간이다.”
-‘안전감'과 ‘불안감'은 어떤 식으로 조직의 공기를 장악하나?
“조직 행동론을 연구하는 윌 펠프스 교수팀이 일명 ‘독사과 실험'을 했다. 공격적으로 말하거나 피곤한 티를 내는 ‘독사과' 인물을 회의 자리에 투입해서 방해 공작을 펼치는 거다. 대부분 팀이 말려들어 성과가 30~40% 떨어졌다. 이때 유일하게 말려들지 않은 ‘아웃라이어 팀'이 있었다. 그 팀은 독사과가 아무리 훼방을 놓아도 금세 활력을 회복했다. 그 팀의 리더 조너선 때문이었다.
조너선은 계속 안전신호를 발사했다. 경청과 미소... ‘너를 해치지 않는다'라는 사소한 신호들을. 재미있는 건 그가 실제로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는 거다. 다만 다른 사람에게 시선을 돌려 이렇게 물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보세요. 쉽고 재미있지 않나요?” 불안감처럼 안전감도 바이러스처럼 전파 속도가 빠르다.”
-‘안전하다’라는 신호를 주는 결정적인 사람은 결국 리더인가?
“그렇다. 어떤 집단이든 권위자의 신호가 핵심 메시지가 된다. 리더가 한 사람 한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가가 연결의 핵심이다. 리더는 구성원들에게 ‘나는 당신이 필요하다'는 사인을 줘야한다. 그것은 단순히 리더십의 표현이 아니라 서로의 안전에 관한 거대한 신호다.”
‘우리 뇌에는 항상 주변 사람 특히 윗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경 쓰고 걱정하는 부위가 있다’고 하버드대학교에서 심리적 안전을 연구하는 학자 에이미 에드먼드슨은 설명했다. ‘원시시대에는 사회에서 거부당하는 순간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위험감지 기능이 워낙 반사적이기 때문에 조직의 리더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안전신호를 발사해야 한다는 것.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내 주변의 동료가 대단히 복잡하고 창조적인 일에 시간을 쓰는 듯 보이지만, 실상 그의 머릿속에는 한가지 생각만 맴도는게 아닐까. ‘이곳은 지금 안전한가?’ ‘이 사람들과 함께 하는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 ‘위험 요소가 숨어 있지는 않을까?’ 고도로 발달된 이 도시 사회에서도 인간이 그토록 ‘안전'에 목을 맨다니 서글프지만, 어쨌든 리더가 해야 할 일은 명쾌하다. 본능적으로 신변을 염려하는 구성원들에게 안전 벨트를 매주는 일.
-조직 안에서 튼튼한 안전 벨트란 어떤 형태로 존재하나?
“제약 없이 대화를 나누는 정기적인 공개 포럼 같은 것이 그 예다. 가령 구글 직원은 매주 금요일 공개포럼에 참석해서 길거리 하키 경기처럼 격렬한 논쟁을 이어간다. 창립자에게도 거침없는 질문을 하고 민감한 사안도 다뤄진다. “내가 이런 의견을 말하면 나를 멍청이라고 생각하겠지?” 이런 식의 불필요한 걱정에 에너지를 쏟지 않는다. 그들은 고등학교 친구들처럼 친밀하게 치고받는다.
구글이 업계 거인이었던 오버추어를 쓰러트리고 강자로 부상한 것도 창업자 래리 페이지가 회사 주방에 붙인 쪽지 한 장 덕분이었다. “이 엔진 형편없네"라는 래리의 쪽지를 본 한 엔지니어가 그 즉시 밤을 새워 애드워즈 엔진을 손보아서 문제점을 해결했다. 그 뒤 구글의 애드워즈는 PPC 시장을 장악했고 매일 1억 6천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구글은 유능했기 때문이 아니라 안전해서 성공했다. 안전만큼 창의성을 끌어내는 동기는 없다.”
-픽사의 창립자 에드 캣멀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큰 조직이 작은 조직을 흡수할 때 영감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에드 캣멀은 매니저가 아니라 과학자처럼 생각한다. 그는 자기 자존심보다 더 큰 진리를 향해 목표를 설정한다. 2006년 픽사와 디즈니가 합병됐을 때 모두가 위험과 재앙을 점쳤다. 픽사의 CEO 캣멀은 디즈니 직원들을 처음 만났을 때 딱 두 문장만 말했다. “우리는 디즈니를 픽사의 복사판으로 만들 생각이 없습니다. 오로지 여러분의 재능과 열정에 맞춰 스튜디오를 구성할 것입니다.” 캣멀은 디즈니의 임원을 픽사로 초청해 모든 팀원이 조목조목 영화를 비판하고 힘들게 재구성하는 과정을 지켜보도록 했다.
픽사는 아침 회의에서 전 직원이 참여해 전날 만든 필름에 의견을 개진한다. 고통스러운 피드백이 난무하지만 큰 발견을 얻는다. 고전을 면치 못하던 디즈니는 이후 ‘겨울왕국' ‘주토피아' 등을 성공시키며 픽사 수준까지 올라갔다. 핵심은 영화예술조차 구성원들의 천재성보다 안전성을 기반으로 한 집단지성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대니얼 코일의 주장에 의하면 사람들은 메시지에 담긴 정보보다 패턴을 본다. 말은 그저 말일 뿐이다. 뛰어난 아이디어 한 개보다 회의를 할 때 그 팀의 수용적인 분위기가 모여 집단 지성이 되는 건 그래서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의 미디어 회사들은 구글이나 픽사와는 다르다. 메신저로 이어져 있지만 소통은 하향식이고 구성원들은 겁을 먹고 있다.
“상세한 비교는 어렵다. 문화적인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권위와 공포에 기반한 관리는 단기간에만 유용하다. 상황이 매우 복잡하겠지만 진정 지속 가능한 성공을 원한다면 태도를 바꿔야 한다. 우선 조직의 리더가 반성과 통찰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어떤 조직을 만들고 싶은가? 배워야 할 모델은 누구인가?”
-엘리트들이 모였어도 실패가 감지되는 집단이 있나?
“사무실 안에서 느낄 수 있다.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팀을 보면 비언어적 표현방식이 방어적이고 분위기는 폐쇄적이며 침묵만이 감돈다.”
-퇴사자가 많은 집단은 소속 신호에 빨간 등이 켜진 거로 해석할 수 있나?
“그렇다. 하지만 해결책도 있다. 첫 소통이 중요하다. 위프로라는 콜센터는 해마다 전 직원의 50~70%가 퇴사해서 골머리를 앓았다. 경영진은 신입사원 교육에서 A팀과 B팀 두 팀으로 나눠 실험했다. A팀에게는 일방적으로 회사의 성공신화를 교육했고 끝날 때 회사 로고가 박힌 티셔츠를 나눠주었다.
B팀에게는 “언제 행복을 느끼나?” “일이 잘될 때는 언제인가?” 등의 질문을 던졌고 끝날 때 회사 로고와 직원 이름이 들어간 티셔츠를 선물했다. 7개월 후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B팀의 잔류 비율이 A팀보다 250% 높았다. ‘우리는 너를 생각한다'는 소속 신호는 사소한듯하지만 심리적 안정감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요즘엔 협력을 위해 사무실 구조를 바꾸기도 한다. 사무실 중앙에 공용 테이블을 두거나 식당을 근사하게 만드는 등. 효과가 있을까?
“공간 활용은 대면 상호 작용을 유도하고 힘에 관한 신호를 보낼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 하지만 공간은 해결책의 일부다. 상호 작용의 단계를 설정하지만 상호 작용을 생성하지는 않는다. 조직에서 긍정적 신호를 보내는 분위기메이커들을 더 높이 평가해야 한다.”
상위 1% 집단의 문화를 분석한 책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
-당신이 본 가장 형편없었던 팀은 어떤 조직이었나?
“최악의 팀은 미사일리어 부대였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관리하는 미 공군 소속 요원팀은 몇십 년간 무사히 임무를 수행했지만 최근 많은 문제를 일으켰다. 무기를 잘못 실어 활주로에 몇 시간 동안 미사일이 방치됐고, 대원들은 배우자를 학대했다. 그들은 겁먹은 강아지 같았고 작은 사건에도 과민반응을 보였다. 조사해보니 환경이 문제였다. 그 팀은 아무런 연결도, 아무런 미래도, 아무런 안전보장도 되지 않았다. 부대원들의 화합을 파괴하도록 유도하는 환경 탓이었다.”
-지난겨울에 있었던 한국의 평창 올림픽에서 한국팀에서도 이런 사례가 있었다. 몇몇 스케이트 종목 단체전에서 불협화음이 있었다. 선수들은 아무런 연결도, 미래도, 안전보장도 확인받지 못했다. 반면 비인기 종목이었던 한국 컬링팀은 눈부신 팀워크로 은메달을 땄다. 특히 컬링팀은 당신이 말한 ‘안전 코드'와 ‘소속 신호’에서 모범이 될만했다.
“그렇다. 내가 찾아다닌 팀들도 그랬다. 업계에서 상위 1%의 능력 있는 팀이지만 최고의 능력자들이 모인 집단이 아니었다. 능력은 다 제각각이지만 그 팀에는 뭔가 특별한 분위기가 있었다. 내 경우는 클리블랜드 야구팀이 그랬다. ‘직업을 바꿔서라도 그 사람들과 일해보고 싶다’는 느낌이 들 만큼 서로에 대한 친근감, 가족적인 유대가 강했다.”
-안전신호가 특별히 인상적이었던 리더가 있나?
“NBA의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감독 포포비치가 기억난다. 그는 훈련만큼이나 많은 시간을 선수들과의 잡담이나 식사에 할애한다. 그의 목적은 단 하나, ‘우리는 서로 이어져 있고, 이 팀은 너의 성장과 행복을 보장해주는 곳이다’라는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더불어 포포비치는 시즌이 끝날 때마다 “너희들을 지도할 수 있어서 너무나 영광스럽고 감사하다”라고 말하곤 했다.”
대니얼 코일이 최고의 리더라고 기억하는 NBA의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감독 포포비치.
‘성공적인 문화를 공유하는 집단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감사를 표시하는 횟수가 높다’는 것이라고 대니얼 코일은 강조했다.
-가족이나 연인 사이에서도 ‘사랑한다’는 사실보다 ‘사랑한다'는 말을 반복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직에서 리더가 칭찬이나 감사 표현을 자주 하는 것도 그런 원리인가?
“그렇다. 우리의 두뇌는 관계에 대해 끊임없이 걱정한다. 편도체는 원시적인 경계 기제이며 끊임없이 주변 환경을 살핀다. 위협이 감지되면 경계 모드로 발동한다.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면서 온몸에 자극이 전달되면 하나의 질문만 남는다.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하지?’ 그럴 때 권위자 혹은 동료의 반복적인 감사는 일종의 진정제 역할을 한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학자 그레고리 월턴이 “사랑한다는 사실보다 사랑한다는 말을 반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그 신호가 친근감과 안전감, 연대감을 확인시키기 때문이다.”
-어린아이들이야말로 ‘안전'에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존재들이다. 가정이 하나의 팀이라면 부모는 ‘사랑한다'는 말 이외에 어떻게 ‘안전하다'는 신호를 줄 수 있을까?
“굉장히 중요한 질문이다. 내게는 4명의 자녀가 있다. ‘최고의 팀'에 관한 연구를 하면서 아이들을 관찰했다. 아이들은 심지어 부모 중 한쪽이 가정을 떠나도 죄책감을 느끼는 연약한 존재다. 존재를 부정하는 언어, 위협적인 언어를 쓰는 것은 당연히 안된다. 적절한 안전 신호는 저녁 식사 시간에 자신의 실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실수에 대해 말할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 불안이 줄어든다.”
-‘안전감’은 질풍노도의 청소년을 교육하는 학교에서도 매우 중요할 것 같다.
“중요한 지적이다. 좋은 피드백이 좋은 학생을 만든다. 스탠퍼드와 예일, 컬럼비아 대학교 심리학자들이 에세이 실력을 향상시키는 피드백에 대해 연구했다. 그 비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당신에게 이런 조언을 남기는 이유는 기대치가 아주 높기 때문이다. 당신이라면 기대치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믿음을 표현하는 것은 안정감을 주고 성취욕을 자극한다.”
적절한 안전 신호는 저녁 식사 시간에 자신의 실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실수에 대해 말할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 아이의 불안이 줄어든다./픽사베이
대니얼 코일이 연구한 성공 집단 중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곳은 뉴욕에 있는 대니 마이어의 레스토랑이었다. 뉴욕시에서는 매해 1000개의 레스토랑이 문을 열고 5년 후 800개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이 가혹한 생태계에서 대니 마이어는 쉐이크섹을 비롯해 30년간 25개의 레스토랑을 개업했고 대부분 대박을 터뜨렸다. 그의 레스토랑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모두 보살핌을 받는다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대니 마이어의 직원들은 손님들을 기쁘게 하기 위해 재량을 발휘할 수 있었다. 예약이 꽉 찬 상황에서도 “혹시 취소된 예약이 있나 확인해 볼게요"라고 말하도록 교육했다. 그는 항상 “난 네 편이다”라는 언어를 사용하도록 했다. 그의 레스토랑엔 항상 남다른 온기가 배어있었다.
-뉴욕 외식업계의 대부 대니 마이어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특히 “우리가 서로를 대하는 방식이 모든 일의 전부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그의 말은 소위 ‘갑질' 문화로 몸살을 앓는 현재 한국 상황에서 매우 의미심장하게 들렸다.
“나도 대니의 말에 동의한다. 우리가 서로를 대하는 방식이 모든 일의 전부다. 대니 마이어는 ‘업무의 우선순위를 서로 보살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때 그의 레스토랑도 위기를 겪었다. 술 취한 손님과 주먹다짐을 벌이고 음식이 맛없다고 남긴 손님에게 아무런 조처 없이 돈을 다 받았다. 그러나 위기 상황을 겪은 후 그는 문제 해결은 ‘온기'에 있다는 걸 깨달았다. 상대방을 제대로만 대한다면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간다는 걸 말이다.”
[김지수 대중문화전문기자 kimjis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