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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1-11-29 09:54
코로나가 남긴 상흔, 한의약으로 치유하다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1,745  

코로나가 남긴 상흔, 한의약으로 치유하다

광주한의사회, 4개월간 코로나 후유증 환자 100명 진료
한의원 내원시켜 보험한약·첩약·침·뜸·심리 치료 등
체력저하·만성피로·후각 및 미각 장애·탈모 등 개선


“긴장감과 불안감이 심해지면서 죽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전세계를 휩쓴 감염병에 걸렸지만 증상이 없다보니 병원에 입원을 시켜주지 않아 격리시설에 혼자 고립돼 있던 환자들은 자신의 심정을 이렇게 밝혔다고 한다. 광주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가 최종적으로 음성 진단을 받았지만, 후유증에 시달리던 환자들을 지난 9월부터 진료한 이종길 한의사(前광주북구한의사회장·現흥성한의원장)가 만났던 환자들 얘기다.

 

그가 만났던 환자들은 대부분 8·15 광복절 이후 2차 유행 시기에 확진된 사람들이었다. 광복절은 여름이었는데 문제는 코로나바이러스가 몸 밖으로 빠져나간 이후에도 저런 심리적 증상들이 남아 지속된다는 점이다. 끝나도 끝난 게 아니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음성 판정 2주가 지난 분들만 진료를 봤는데도 불안감이 역력했습니다. 그래서 초진상담 때 이정변기(移情變氣)요법을 활용해 심신을 안정시키는 진료를 꼭 했습니다.”

 

이정변기요법은 정(情)을 옮기고 기(氣)를 개변해 기분전환을 시키는 한의학적 심리치료요법이다. 이종길 한의사는 지난 2007년부터 개원협심신학회를 거쳐 현재 한의상담학회에서 한의정신요법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다.

 

“병원에 입원했다면 아마도 의료진들이 지속적으로 지켜보고 증상을 호소하는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 때문에라도 더 안심이 됐을 텐데 혼자다보니 아마도 불안감이 심해졌을 겁니다. 지금은 어찌됐든 코로나로부터 가장 안전한 상태입니다. 3개월은 마치 백신을 맞은 것처럼 항체가 생성되는 상황과 유사한 상태니까요. 주위사람들 시선 의식하지 말고 열심히 살아가면 됩니다.”

 

이 한마디에 놀랍게도 환자들은 얼굴 표정이 바뀌었고 일주일에 2번 정도 한의원에 내원해 진료를 받았는데 실제로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한다. 직장에서 업무에 지장을 초래해 죄책감에 시달리느라 근무 중에도 동료들의 시선이 너무나 힘들었다던 환자 역시 “코로나에 걸린 것은 환자의 잘못이 아닙니다. 주변의 동료들, 가족들은 앞으로 코로나 예방에 더 많이 신경을 쓰게 될 테니 오히려 전화위복이죠”라는 말에 용기를 되찾았다는 것이다.

 

 ◇감염병 후유증 치료한 한의약

 

이종길 한의사는 코로나 후유증 환자들의 대다수가 체력저하와 만성피로감을 호소했는데 이 증상은 한약 투약 후에 대부분 개선됐다고 밝혔다.

 

“후유증 중에 특징적으로 후각 장애와 미각장애 그리고 탈모증상이 있었는데 특히 후각 장애와 미각장애는 형개연교탕 보험약을 한약과 함께 꾸준히 복용하도록 했습니다. 필수로 경추교정도 시행했고요. 투약은 기본적으로 한 달을 했는데 보통 15일정도 지나서 ‘한약 냄새가 조금씩 난다’고 했고 한 달이 지난시점에 어느 순간 후각이 정상 회복됐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탈모는 경옥고 처방과 병행될 때 효과가 좋았다고 했다. “코로나19 한약치료만 할 때는 탈모 증상 개선이 나타나지 않다가 경옥고 하루 3회 처방을 병행하자, 대부분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대체로 탈모가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고 말했다.

 

총 12명의 환자를 진료한 그는 “코로나19 경증환자나 특히 치료시설에 격리됐던 환자들에게는 한의약 치료가 충분히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며 “특히 코로나 후유증으로 인한 감각기관 이상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고 확신했다. 후각과 미각장애가 정말 심했던 어떤 환자는 서울 국립의료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서울대학병원 진료 대기 중에 첩약을 복용하면서 회복되기도 했다고 한다.

 

“첩약 투약이 부담스럽다면 보험한약 투약만이라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코로나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지만 경증과 후유증에 한의약치료도 겸해보면 분명 좋은 효과가 있을 걸로 생각합니다.”

 

◇효과 본 환자들 덕에 입소문

 

환자를 맡게 된 경로와 관련해 그는 “광주시한의사회가 코로나19 후유증 지원 사업 실시와 관련해 동사무소 및 국민건강보험공단 광주지역본부와 홍보를 하자 환자들이 한의원으로 전화 문의가 왔다”고 했다.

 

“처음에 4명이 배정됐습니다. 그 중 한 분이 후각과 미각장애가 심했는데 치료를 받고 눈에 띄게 증상이 호전되면서 주변에 소개했죠. 또 불안증상과 불면증을 호소한 분 역시 증상개선이 되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알렸다고 들었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 12명까지 늘어나게 됐지요.”

 

그는 증상이 호전된 환자들 덕에 지역사회 내에 코로나 공포증이 개선된 점도 긍정적 효과라고 강조했다. “저희 한의원에 일반 진료 받는 분들도 내원을 하고 있었는데 처음에는 불안해했지만 코로나19 후유증 환자들이 개선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확진자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바뀌어가는 걸 봤습니다. 함께 근무하는 직원들도 마찬가지였고요.”

 

아무리 의료진이라도 처음 진료할 때 불안하지 않았느냐는 물음에는 “초반에는 일반환자가 없는 시간대로 코로나 환자를 예약받기도 했는데, 장갑 끼고 침 시술하고 환기시키고 소독을 하는 등 방역을 철저하게 준수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최소 한 달 경과 뒤에는 감염될 확률이 떨어지는데다 환자들도 개선되는 모습을 보다보니 걱정이 되지는 않았다”며 “그럼에도 진료 초창기 일주일 정도는 집에 들어가기 전에 헥사메딘액을 사용해 입안 가글을 철저히 한 뒤 마스크를 쓰고 귀가해 도착하자마자 또 다시 가글을 열심히 하긴 했다”고 회고했다.

 

보험한약과 첩약 투여는 무료로 했지만 진료비는 환자가 부담했다. 이에 대한 환자들의 반응에 대해서는 “일단 무료 한약 지원에 너무 고마워하더라”고 답했다.

 

“처음 내원해 초진 상담할 받을 때는 불안해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한 표정이었지만 초진상담 이후의 진료비 수납은 당연하다는 듯 내고 가셨습니다. 코로나19 후유증으로 진료받고 2회 차까지 첩약처방 이후 증상이 개선된 이후에도 가끔씩 일반 진료를 받으러 오는 분도 있습니다. 한의약에 대한 인식 자체가 개선된 것이지요. 3차 유행이 정리돼가는 시점에 수도권 혹은 전국 한의원에서 코로나19 후유증 한의진료를 시행한다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코로나19 후유증 광주시한의사회 한의진료단은 지난해 9월 초진을 시작해 환자들의 꾸준한 요청으로 지난해 12월 31일자로 마무리됐다. 이달 11일 기준 광주광역시 코로나19 확진자는 총 1364명이었으며 한의사회 진료인원은 총 100명으로 집계됐다. 한의진료단 신청기관은 한의원 22개소, 한방병원 7개소, 요양병원 1개소로 총 30개소에서 진료가 이뤄졌다.

[출처 : 한의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