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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2-07-06 10:40
내리막길 걷던 마이크로소프트를 일으킨 하나의 철학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500  

내리막길 걷던 마이크로소프트를 일으킨 하나의 철학

모바일 시대에 ‘지는 해’ 취급을 받았던 마이크로소프트가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건 2014년 새 CEO가 취임하면서부터다. 한국인으로서 이런 변화의 과정을 생생히 지켜본 이가 있다.

정리·이오성 기자 
  • 입력 2022.07.01 06:21
  •  
  • 771호

마이크로소프트에는 ‘잃어버린 10년’이 있다. 전 세계 컴퓨터의 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를 독점하며 승승장구하던 이 회사는 2000년 들어 내리막길을 걸었다. 애플, 구글 등 후발 주자들과의 경쟁에서 밀리며 모바일 시대에 ‘지는 해’ 취급을 받았다. 그랬던 마이크로소프트가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 2014년 사티아 나델라가 CEO로 취임하면서부터다. 하버드 대학 출신이 주름잡았던 마이크로소프트에서 학벌도 스펙도 변변치 않았던 이 인도 출신 공학자는 빌 게이츠도 하지 못한 변화를 이끌어냄으로써 위기에 빠졌던 회사를 되살렸다고 평가받는다.

한국인으로서 이런 변화의 과정을 생생히 지켜본 이가 있다. 이소영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이사다. 글로벌 인플루언서팀 아시아 총괄 매니저인 그의 업무는 독특하다. 한국·중국·인도 등 아시아 지역의 소프트웨어 전문가를 두루 만나는 일이다. 그들 중 소프트웨어 지식을 공유하는 등 ‘선한 영향력’을 행사한 이에게 MVP상(Most Valuable Professional Award)을 수여한다. 이런 경험을 엮어 〈홀로 성장하는 시대는 끝났다〉 〈당신은 다른 사람의 성공에 기여한 적 있는가?〉 같은 책을 펴냈다.

‘교육의봄’이 주최한 연속 강연 ‘학벌 없는 채용의 시대가 온다’ 강사로 나선 이소영 이사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다시 살아난 데에는 ‘다른 사람의 성공에 기여하라’는 철학이 뒷받침되었다고 말한다. 대한민국 사교육 시장의 현실을 살펴본 손주은 메가스터디 회장의 강의(〈시사IN〉 제770호 ‘사교육의 괴수가 사교육 붕괴를 말하다’ 기사 참조)에 이어 이번 호에는 이소영 마이크로소프트 이사의 강의를 요약해 싣는다.


강연 주제가 ‘당신은 다른 사람의 성공에 기여한 적 있나요?’이잖아요. 요즘 많은 기업의 회장님들이 여기에 관심이 많아요. 기업들이 왜 뜬금없이 다른 사람의 성공에 관심을 가지게 됐을까요?

지금은 기술이 너무 빨리 바뀌고 있고,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있죠. 어디로 갈지 아무도 몰라요. 이런 상황에서 ‘나 공부 정말 잘했다. 수학 진짜 잘했고, 암기력 좋다’ 이런 게 의미가 없어요. 기술과 지식의 발전 속도도 엄청나게 빠르죠. 이걸 ‘Knowledge doubling speed(지식의 2배 증가 속도)’라고 하는데요. 의학 한 분야만 보면 1950년대에는 인류가 쌓아놓은 의학 지식이 두 배가 되는 데 50년이 걸렸다고 해요. 그런데 10년 전에는 3.5년으로 확 줄었죠. 지금은 겨우 73일밖에 걸리지 않는대요.

‘1등’ 강박과 상대평가가 낳은 후과

IT 기업은 좋은 개발자를 못 찾아서 난리예요. 자, 그런데 우리가 제일 기피하는 대상이 ‘저 좋은 대학 나와서 학점 잘 받았어요’ 하는 사람이에요. 이걸로는 이 사람이 회사에 들어와서 스스로 일을 배우고 네트워킹을 만들어 협업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어요. 특히나 기술 분야 쪽은 학벌을 보지 않아요. 어떤 경험을 했느냐를 중시하죠. 작은 기업이더라도 그곳에서 조금씩이라도 어떤 성과를 성취했는지 살펴봐요.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경우는 ‘링크드인(LinkedIn)’이라는 비즈니스 전문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활용해요. 거기에는 단순한 이력뿐 아니라 블로그와 커뮤니티 활동, 사회적 기여 등이 링크되어 있어요. 이 사람이 그동안 어떻게 성장해왔는지 볼 수 있죠. 이를 토대로 여러 차례 인터뷰와 사실관계 체크 등을 거쳐 사람을 뽑아요.

마이크로소프트는 과거 독점기업이었습니다. 윈도와 오피스로 전 세계를 독점했는데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구글이나 애플 같은 혁신기업들이 막 등장했거든요. 마이크로소프트는 경쟁을 시켰어요. 빌 게이츠나 스티브 발머 같은 CEO가 하버드 대학 출신이잖아요? 일하면서 항상 1등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실패는 절대로 용납이 안 되는 분위기였어요. 직원들을 철저하게 상대평가했습니다. 낮은 점수를 계속 받으면 회사를 나가야 했죠. 얼마나 살벌해요. 그러다 보니 협력을 잘 안 해요. 이렇게 서로 총질하는 모습(아래 그림 참조) 속에서 주가는 계속 하락했죠. 다른 기업들이 날아다닐 때 이걸 수습하느라 피를 말렸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다른 IT 기업 간 내부 조직 문화를 비교한 그림.

하버드 대학 출신 리더들과 일을 할 때는 살얼음판을 걷는 느낌이었어요. 왜냐하면 그들의 기준이 너무 높아요. 거기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굉장히 불편해해요. 직원들은 어떻게 하면 이 사람의 기준에 맞출 수 있을까를 생각하죠. 그런데 우리가 만드는 제품과 서비스를 누가 사죠? 윗사람이 사나요? 아니죠. 소비자가 사잖아요. 윗사람의 기준에 맞추느라 고객을 볼 여유가 없는 거예요. 항상 기 빨린 상태에 있다고 할까요.

2014년에 사티아 나델라가 마이크로소프트의 CEO로 옵니다. 인도에서 지역의 작은 공과대학을 나왔고, 회사에도 일개 개발팀 사원으로 입사한 사람이죠. 빌 게이츠 같은 이와도 아무런 친분이 없었어요. 이런 분이 회장이 돼서 아주 놀랐죠.

절체절명의 마이크로소프트에 들어와서 이분이 맨 처음 무슨 말을 했을까요? 직원들은 ‘망해가는 이 회사를 어떻게 키우려나’ 하며 궁금해하고 있는데, 자신의 아들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태어나면서부터 말을 못하고 걷지도 못하는 중증장애아를 키우고 있대요. 그러면서 ‘나는 그런 아이도 음악을 듣고, 글을 쓸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위해 이 회사에 옵니다. 그래서 너무 행복하고 즐겁습니다’라고 하더군요. 그러고는 직원들에게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여러분도 당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나와 같이 일하는 게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여러분들의 꿈과 성공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라는 거예요.

사티아 나델라는 배우려는 자세를 중시했어요. 본인이 주말을 이용해 박사과정을 밟았기 때문에, 계속 공부하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취임 이후에는 배우려고 하는 자세, 즉 ‘지적 겸손’을 가진 사람을 리더로 기용했어요. 그다음으로 직원을 상대평가하는 시스템을 바꿨어요. 그걸 싹 없애고 절대평가를 도입했어요. 누가 1등이고 누가 꼴찌인지 비교하지 않도록 만들었죠. 대신 직원 평가에 아주 중요한 항목을 집어넣습니다. ‘마인드셋(마음가짐)’이라는 개념이에요. 스탠퍼드 대학 캐럴 드웩 교수가 많은 사례를 연구해서 어떤 사람이 성공하는지 밝힌 이론입니다. ‘고정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들은 능력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반면, ‘성장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은 능력은 얼마든지 발전시킬 수 있다고 믿습니다.

고정 마인드셋은 이래요. 1. 지능은 정해져 있다고 생각한다. 2. 남들에게 ‘저 사람 똑똑하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 한다. 3. 비판이 옳더라도 무시한다. 4. 남의 성공에 대해 위협을 느낀다 5. ‘실패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등입니다. 반면 성장 마인드셋은 1. ‘지능은 언제든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 더 많이 배우고 싶어 한다. 3. 비판으로부터 배운다. 4. 남의 성공에서 교훈과 영감을 얻는다. 5. 실패는 완성을 위한 도구로 여긴다 등입니다.

2014년 마이크로소프트 CEO로 취임한 사티아 나델라(가운데)가 임직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마이크로소프트 제공

김 대리님은 요즘 어떤가?

마이크로소프트에는 고정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이 너무 많았어요. 어릴 때부터 공부 잘하고 좋은 대학에 입학해서 고액 연봉을 받고 마이크로소프트에 입사한 사람이 많았죠. 늘 성공만 해왔고, 항상 똑똑해 보이고 싶은 사람들이죠. 혁신적이되 실패할 가능성이 높을 것 같은 일을 안 해요. 그들이 혁신을 가로막는 일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 사람들이 많아서 회사가 이렇게 됐으니 우리 모두 성장 마인드셋을 가지자는 거죠.

사티아 나델라 회장은 여기에 한 가지 질문을 추가해요. 오늘 강연 주제인 “당신은 다른 사람의 성공에 어떻게 기여했나요?”라는 질문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직원들은 이 질문에 답해야 하는데, 이건 정말 어려워요. 나 자신의 성과에 대해서는 말할 수 있죠. 내가 어떤 일을 위해서 뽑혔는지 아니까요. 다른 사람의 성공에 기여한 것은 내가 알아내야 해요.

알아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그때 드디어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생기는 거예요. 우리 회사 대표님은 뭣 때문에 힘들어하실까? 김 대리님은 요즘 어떤가? 다가가서 물어봐야 해요. 그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성공에 기여해야 하니까) 다른 사람과 함께 노력해서 어떤 걸 만들어내야 해요. 전에는 다른 사람이 성과를 내면 ‘잘했다고 자랑하네’ 이런 느낌이었으면 지금은 ‘어떻게 저렇게 잘했지? 있잖아, 너희 이 문제 어떻게 해결했어?’ 하고 가서 물어보는 거예요. 상대방도 시간을 내서 알려주죠. 이렇게 소통이 이루어지는 겁니다. 이런 내용을 분기마다 쓰다 보면 다른 이의 성공에 기여하는 것에 대한 생각이 깊어져요. 그러면서 서로 영향력이 커지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평소 큰 위안을 받는 시를 소개하겠습니다. 랠프 월도 에머슨이 쓴 ‘무엇이 성공인가’라는 시입니다.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 현명한 사람들에게 칭송받고 아이들의 애정을 얻는 것. 정직한 비평가에게 찬사를 듣고 잘못된 친구의 배신을 인내하는 것. 아름다운 것에 감사할 줄 알고 남에게서 가장 좋은 장점을 발견하는 것. 한 뼘의 정원을 가꾸든지, 사회 환경을 개선하든지,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떠나는 것. 한때 이 땅에 살았다는 것으로 인해 단 한 사람이라도 살기 수월했다는 것을 깨닫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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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시사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