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에는 ‘잃어버린 10년’이 있다. 전 세계 컴퓨터의 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를 독점하며 승승장구하던 이 회사는 2000년 들어 내리막길을 걸었다. 애플, 구글 등 후발 주자들과의 경쟁에서 밀리며 모바일 시대에 ‘지는 해’ 취급을 받았다. 그랬던 마이크로소프트가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 2014년 사티아 나델라가 CEO로 취임하면서부터다. 하버드 대학 출신이 주름잡았던 마이크로소프트에서 학벌도 스펙도 변변치 않았던 이 인도 출신 공학자는 빌 게이츠도 하지 못한 변화를 이끌어냄으로써 위기에 빠졌던 회사를 되살렸다고 평가받는다.
한국인으로서 이런 변화의 과정을 생생히 지켜본 이가 있다. 이소영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이사다. 글로벌 인플루언서팀 아시아 총괄 매니저인 그의 업무는 독특하다. 한국·중국·인도 등 아시아 지역의 소프트웨어 전문가를 두루 만나는 일이다. 그들 중 소프트웨어 지식을 공유하는 등 ‘선한 영향력’을 행사한 이에게 MVP상(Most Valuable Professional Award)을 수여한다. 이런 경험을 엮어 〈홀로 성장하는 시대는 끝났다〉 〈당신은 다른 사람의 성공에 기여한 적 있는가?〉 같은 책을 펴냈다.
‘교육의봄’이 주최한 연속 강연 ‘학벌 없는 채용의 시대가 온다’ 강사로 나선 이소영 이사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다시 살아난 데에는 ‘다른 사람의 성공에 기여하라’는 철학이 뒷받침되었다고 말한다. 대한민국 사교육 시장의 현실을 살펴본 손주은 메가스터디 회장의 강의(〈시사IN〉 제770호 ‘사교육의 괴수가 사교육 붕괴를 말하다’ 기사 참조)에 이어 이번 호에는 이소영 마이크로소프트 이사의 강의를 요약해 싣는다.
강연 주제가 ‘당신은 다른 사람의 성공에 기여한 적 있나요?’이잖아요. 요즘 많은 기업의 회장님들이 여기에 관심이 많아요. 기업들이 왜 뜬금없이 다른 사람의 성공에 관심을 가지게 됐을까요?
지금은 기술이 너무 빨리 바뀌고 있고,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있죠. 어디로 갈지 아무도 몰라요. 이런 상황에서 ‘나 공부 정말 잘했다. 수학 진짜 잘했고, 암기력 좋다’ 이런 게 의미가 없어요. 기술과 지식의 발전 속도도 엄청나게 빠르죠. 이걸 ‘Knowledge doubling speed(지식의 2배 증가 속도)’라고 하는데요. 의학 한 분야만 보면 1950년대에는 인류가 쌓아놓은 의학 지식이 두 배가 되는 데 50년이 걸렸다고 해요. 그런데 10년 전에는 3.5년으로 확 줄었죠. 지금은 겨우 73일밖에 걸리지 않는대요.